고혈압에 관한 상식의 허와 실(1) - 질환과정보

-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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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남자가 혈압이 걱정돼 병원을 찾았다. 측정한 혈압이 210/120이었다. 특별히 불편한 증세는 없다고 했다. 의사는 혈압이 너무 높으므로 빨리 입원하여 치료 할 것을 권유하였다. 과연 그는 입원 할 까? 아쉽게도 환자는 의사의 조언에 자신은 병원 문턱을 밟은 적도 없이 건강하게 지내왔으며, 지금도 전혀 증세를 느끼지 못하므로 급히 입원 치료할 필요가 없다면서, 검사할 필요도 없이 혈압 내리는 약만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터무니 없어 보이는 환자가 사실 진료실에서 꽤 자주 만나게 되는 환자이다. 병원을 찾았을 땐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려고 왔을 텐데, 환자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하려는 환자들을 의외로 많이 보게 된다. 그러다가 손쉬운 예방책을 놔두고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되어 본인과 주변 사람들에게 큰 걱정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의사의 조언을 무시할 정도의 만용은 아마도 잘못 입력된 고혈압 상식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대표적 성인병인 고혈압은 뇌출혈, 동맥경화증, 허혈성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이 위험에 다가가면서도 일반인 심지어 고혈압 환자까지도 고혈압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대표적으로 고른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될 것이다.
1. 고혈압이 있냐고 물으면 황당하게 고혈압은 없는데 혈압은 높다고 대답한다.
2. 혈압을 재면 하루 중에도 매번 달리 나와서 혈압기를 못 믿겠다고 생각한다.
3. 비싼 약은 좋고, 싼 약은 나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4. 혈압약 복용을 믿고 음식물 주의를 게을리 한다.
5. 고혈압약은 일단 먹기 시작하면 평생 끊을 수 없으므로 가급적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6. 혈압약을 복용한 후 혈압이 정상이 되었으므로 이제부터 안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7. 남들처럼 나도 약을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하겠다고 생고집을 피운다.
8. 심한 악성 고혈압 때문에 뇌출혈의 위험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응급 입원 치료를 뒤로 미룬다.
9. 처음 혈압약을 전문의한테 처방 받은 후 정기적으로 혈압 측정과 부작용에 대한 확인 없이 계속 처음 혈압약만을 먹는다.
10. 혈압약을 먹고 나서 어지러움증, 부종, 마른 기침 등의 부작용을 느낄 때 전문의와 상의하여 다른 약으로 대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약을 끊는다.
이렇게 써놓은 것을 보면 '누가 그러랴' 하겠지만, 이것은 진료실을 찾아온 상당히 많은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상황들이어서 심각함을 더한다.
- 경인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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