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 - 가스가 차고 헛배가 불러오는… - 약초이야기

-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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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창선면 대벽리에 가면 논과 밭·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우아한 자 태의 큰 나무가 시원스럽게 서 있다. 바로 이 나무가 껍질이 약용으로 쓰이는 후박(厚朴)나무다. 밑동 둘레가 12.6m, 나무 높이만도 9.5m가량 나가는 수세(樹勢)가 좋은 노목(老木)이어 서 천연기념물 제299호로 지정까지 됐다.
옛날 이곳에 살던 어부가 잡은 큰고기의 뱃속에서 나온 씨앗이 자란 것이 라는 전설과 임진왜란때는 이순신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왜선을 격파하고 이 나무밑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올 정도니까 수령(樹齡)이 대략 500살은 넘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나이는 오래됐지만 매년 5~6월에 황록색 꽃이 펴 장관을 이룬다.
후박나무는 이름 그대로 옛날부터 두툼한 껍질이 서민들의 생활에 요긴하게 쓰였다. 나무껍질이 오래돼도 갈라지지 않고 매끄러워 보는 느낌이 편안하고 벗겨낸 껍질은 후박피(厚朴皮)라 불리면서 한약재로 애용됐다. 중국에서 들여온 약재도 많지만 후박나무는 우리 토종 한약재다.
덕분에 후박나무는 시련도 많이 겪었다. 동네 어귀나 뒷산 등 가까이서 자라던 후박나무는 사람들의 손에 껍질이 송두리채 벗겨지는 수난을 당했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합천 해인사 주위에도 옛날에 후박나무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나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몇그루외에는 큰 나무를 찾아볼 수가 없다.
뭍의 후박나무가 그 효용가치로 수난을 당했다면 울릉도와 제주도의 후박나무는 다행히 모진 사람의 손길을 피해갔다. 특히, 울릉도는 오늘날 후박나무가 가장 흔한 곳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산에 붙어 살아가므로 감히 베어낼 엄두를 내지 못한 탓도 있고 거센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림인 까닭도 있었겠다.
울릉도 주민들 얘기로는 울릉도 특산 「호박엿」이 옛날에는 「후박엿」이었다고 한다. 만약, 「후박엿」으로 계속 불렸다면 울릉도에서도 후박나무 구경하기가 어려울 뻔했으니 호박엿으로 변한 것이 천만다행이다. 후박껍질을 넣어 약용으로 후박엿을 만들어 먹었으나 언제부턴가 호박엿이 됐다 한다.
토종 한약재답게 후박나무 껍질은 옛부터 귀중하게 사용됐다. 조선왕조실록에 사신과 함께 중국으로 보내는 물품에 후박이 자주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도 널리 사용됐음을 엿볼 수 있다.
후박은 음식물이 소화안돼 배에 가스가 차고 헛배가 불러오는 증상에 쓰면 잘 낫는다. 복부를 따뜻하게 하고 가스의 배출을 쉽게 유도하므로 대변을 잘못보는 증상에도 효험이 있다. 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 소화가 안되고 식욕을 전혀 느끼지 못할 때도 사용된다.
동의보감은 「후박껍질은 배가 부르고 끓으면서 소리가 나는 것, 체하고 소화가 잘 않되는 것을 낫게 하며 위장을 따뜻하게 한다. 토하고 설사하는 것을 낫게 하고 담을 삭히며 기를 내리고 위장과 장의 기능을 좋게 한다. 또 설사와 이질 및 구역질을 낫게 한다」고 약효를 소개했다.
한방에서는 위가 빈 것같고 위장이 냉하고 사르르 아픈 증상에 진피, 생강, 적복령, 목향, 감초, 대충 등을 함께 달여 만든 「厚朴溫中湯」을 복용하면 된다 했다. 독성은 없으나 경험상 임산부는 피해야 한다.
- 경남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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