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 음식이야기

- 홈지기 (114.♡.11.73)
-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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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삼복에 더위에 지치고 땀을 많이 흘리다보면 자칫 식욕과 함께 건강을 잃게 된다.이럴 때 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 여름철 별미를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피서 방법이 될 것이다.
논이나 밭에서 밀농사를 많이 하던 60~70년대만 해도 농가에서는 직접 농사지은 밀을 빻아 반죽을 하고 홍두깨로 얇고 둥글게 밀어 분을 뿌리며 접은 뒤 칼로 썰어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농촌지역에서는 닭을 곤 장국에 애호박과 방금 캐온 하지감자를 넣고 산간지방에서는 멸치장국을,해안지방에서는 바지락 장국으로 끓여내는데,기계로 뺀 칼국수는 국물이 맑지만 손칼국수는 국물이 밀가루에 의해 걸쭉하고 칼국수 가락에 윤기가 돌아 먹음직하여 여름철 식욕을 돋운다.
옛날 우리 나라는 밀가루가 흔하지 않았다.다만 천수답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서 비가 오지 않아 모내기 시기를 놓치면 생육기간이 짧은 메밀을 파종하였고 특히 돌이 많고 척박한 산간지방의 밭에 메밀을 많이 심었다.
그래서 중국은 주로 밀가루를 이용한 국수를 만들어 먹었지만 우리는 주로 메밀을 주재료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고사십이집(攷事十二集)'에는 '면(麵)은 본디 밀가루로 만든 것이나 우리 나라에서는 메밀가루로 국수를 만든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1600년대 말엽에 쓰여진 '음식디미방'이나 '주방문'에 보면 칼국수가 나오는데 주재료가 메밀이고 녹말을 호화시켜 점성을 높이고자 사용했다.
우리의 농업이 천수답에서 수리안전답으로 전환되고 식량시장이 글로벌화되면서 분식 재료가 메밀보다 밀가루로 바뀌어 요즘은 '음식디미방'이나 '주방문'에 나오는 메밀칼국수는 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한편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메밀이 주재료인 '소바'를 들 수가 있는데 일본 '본산적주(本山荻舟)'에 의하면 '강호시대(江戶時代·1603~1867) 초엽에 조선의 승려 원진(元珍)이 남도(지금의 나라<奈良>) 동대사(東大寺)에 건너 와서 연결제(連結劑)로서 밀가루를 메밀가루에 섞는 것을 가르침으로써 비로소 일본에 메밀국수가 보급되었다'고 기록되었다.
이때 원진 스님이 가르친 내용이 바로 칼국수 만드는 법이 아닌가 추측되는 것은 일본에서는 원래 메밀국수를 '소바(蕎麥)'라고 하지않고 자른다는 뜻의 마디절(切)자를 넣어 메밀국수를 '소바기리(蕎麥切)'라고 불렀기 때문이다.일본에서 메밀국수로 유명한 심대사(深大寺)에 모셔진 신 역시 한국계라고 한다.이렇게 일본의 소바 역시 우리의 메밀칼국수가 시조인 셈이다.
일본의 소바는 시원하게 해 먹는다.그러나 우리는 이열치열이이라고 한 여름의 더위를 뜨겁게 끓인 칼국수를 땀을 흘리면서 먹고 체온을 높여 주므로 외부온도를 오히려 시원하게 느끼도록 한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지혜가 담긴 여름철 음식으로 칼국수도 한몫을 해 오고 있다.
- 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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