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개고염열, 아애하일장(人皆苦炎熱,我愛夏日長) - 고전속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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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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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다 더운것을 괴로워하지만 나는 여름날이 긴 것을 사랑한다.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지은 `미재`라는 글 속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산길을 가다가 발목이 따끔하기에 그냥 어떤 나무 그루터기에 찔렸는가보다 생각하고 그대로 길을 가니,아무 일도 없었다. 한 30리쯤 가다가 어떤 땅꾼을 만났는데,그 땅꾼이 그 사람 발의 상처를 보더니,“당신 독사(毒蛇)한테 물렸군요. 위험(危險)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사람은 아픔을 느꼈고,독이 온 몸에 퍼져 바로 죽었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의 병(病)은 대개 마음에서 말미암는 경우가 많다. 병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요즈음 더운 날씨가 계속 되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그냥 여름이라 더운가보다 하고 지냈고,뙤약볕에 나가서 농삿일을 계속했다. 여름이 더운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자연의 섭리로 순순히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방송(放送)이나 신문(新聞)의 일기예보(日氣豫報)에서,아침 저녁으로,“내일은 불볕 더위가 계속 되겠습니다”,“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가 내일도 변함이 없겠습니다”,“살인적인 폭염(暴炎)으로 수은주(水銀柱)가 몇 도까지 올라가겠습니다” 등등의 내용을 쉴새없이 보도(報道)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기상상태(氣像狀態)를 미리 알려주어 대비하게 하는 것은 기상대의 의무(義務)이다. 그러나 기상방송 앞머리에 방송하는 사람의 위협적인 언어(言語)를 미리 덧붙여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듣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을 더욱 더 덥게 만들어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미리 주눅이 들게 만든다.
사람이 살아 있는 한 여름을 건너뛰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은 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여름이라 덥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여름의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나라 문종(文宗) 황제가 여름 날 여러 신하들과 시를 주고받으면서,“사람들은 모두 더운 것을 괴로워하지만,나는 여름날이 긴 것을 사랑하노라”(人皆苦炎熱,我愛夏日長)라는 시를 지었다.
여름 날씨가 더운 것을 모든 사람들이 괴로워하지만,문종 황제는 여름날이 길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본 것이다. 옛날에는 밤에 불을 켠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실정이었기 때문에 낮의 길이가 길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여름에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이점(利點)이 있는 것이다. 모든 사물을 대할 때 그 좋지 못한 점만 보고서 괴로워할 것이 아니고,좋은 점을 보고서 긍정적으로 잘 활용해야 하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이 세상에서 버릴 사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 皆 : 다, 개. *. 苦 : 괴로울, 고. 쓸, 고. *. 炎 : 불꽃, 염. 더울, 염. *. 熱 : 더울, 열. *. 我 : 나, 아. *. 愛 : 사랑, 애. *. 夏 : 여름, 하. *. 長 : 길, 장)
- 경남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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