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장도(笑裏藏刀) - 고전속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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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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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속에 칼날이 감추어져 있다. 사람들이 흔히 세상을 살아가면서,“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그 사람이 그럴 줄은 몰랐다”라는 말을 가끔 한다. 너무나 인상이 좋고 예의도 바른 사람이라 단단히 믿었는데,어느 날 어이없는 일을 당하거나 사기를 당할 때 하는 말이다.
`소리장도(笑裏藏刀)`. 곧 웃는 얼굴 속에 음모가 숨어 있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위(魏)나라 혜왕(惠王)이 강대국인 초(楚)나라 임금에게 미녀(美女) 한 명을 바쳤다. 그 미녀는 인물이 절색(絶色)일 뿐만 아니라 초나라 임금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초나라 왕이 필요로 하는 언행(言行)을 하였다.
임금의 총애를 이 미녀가 독차지하니 많은 후궁(後宮)들은 다 무용지물(無用之物)이었다. 여러 후궁들이 임금의 총애를 회복해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후궁들은 다투어 그 미녀를 질투하고 헐뜯기 시작했다.
그러나 왕후 정수(鄭袖)는 태연하였다. 도리어 그 미녀를 친동생처럼 잘 대해 주고 불편한 것이 있기 전에 다 배려해 주었다. 오히려 초나라 왕보다도 더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그러자 그 미녀도 친언니처럼 왕후를 믿고 따랐다.
어느 날 왕후가 미녀와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다가,이런 말을 해 주었다. “대왕께서는 늘 동생을 너무나 마음에 들어 하시어 칭찬(稱讚)이 자자하다고. `아름답고 상냥하고 깜찍하고 우아하고 마음씨 곱고 부드럽고,마음을 잘 이해하고,말도 재미나고 재치 있게 잘하고`,……. 다만 한 가지는 좀 아쉬우신가 봐!”
“그 한 가지가 뭔 데요?”안달이 나서 못견디겠다는 듯이 미녀가 다그쳐 물었다. 그러자 왕비는 시치미를 떼며 “어떻게 그 걸 말할 수 있어. 그냥 넘어가지”.
“아니에요. 말씀해 주세요”.“ 그냥 못들은 것으로 하라고”.
“안 됩니다. 확실하게 듣지 않으면 저는 아무 일도 못해요. 잠도 못 잘 것 같아요. 꼭 말씀해 주세요”.
미녀가 간절히 말을 듣고자 하자, 왕비는 못이기는 듯이,“동생의 코가 커서 조금 눈에 그슬린다고 하시더군”. 그러자 미녀는 자기 코를 원망(怨望)하며 안달을 했다.
“괜찮아. 대왕을 만나뵈올 때 그 예쁜 손으로 코만 살짝 가리면 되지 뭐”.
그 뒤부터 미녀는 왕을 만날 때마다 손으로 코를 가렸다. 왕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뒤 왕은 왕비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왕비는 알고 있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역시 말은 하지 않았다. 왕이 다그치자 마지 못한 듯이 목소리를 죽이고서 말했다.“대왕의 몸에서 맡기 힘든 역겨운 냄새가 나서 그런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초나라 왕은 배신감(背信感)을 느끼며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괘씸한 것 같으니라고. 내가 그렇게 총애했는데,나를 그런 식으로 생각해. 그 못된 것을 당장 잡아와서 코를 베어 버려”. 코가 베어진 그 미녀는 총애를 잃고 궁궐에서 쫓겨났음은 물론이다. 정수는 화 한 번 내지 않고 친절로써 자기의 라이벌을 단번에 제거하고 총애를 회복했다.
세상에는,남이 베푸는 이유 없는 은혜를 계속 받다가 그 올가미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까닭 없이 베푸는 친절이나 물질적 지원은 반드시 저의(底意)가 있을 수 있으니,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 笑 : 웃을, 소. *. 裏 : 속, 리. *. 藏 : 감출, 장. *. 刀 : 칼, 도)
- 경남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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