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u-Hanam Logo

로그-인

생활정보

소리장도(笑裏藏刀) - 고전속지혜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웃음 속에 칼날이 감추어져 있다. 사람들이 흔히 세상을 살아가면서,“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그 사람이 그럴 줄은 몰랐다”라는 말을 가끔 한다. 너무나 인상이 좋고 예의도 바른 사람이라 단단히 믿었는데,어느 날 어이없는 일을 당하거나 사기를 당할 때 하는 말이다.

`소리장도(笑裏藏刀)`. 곧 웃는 얼굴 속에 음모가 숨어 있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위(魏)나라 혜왕(惠王)이 강대국인 초(楚)나라 임금에게 미녀(美女) 한 명을 바쳤다. 그 미녀는 인물이 절색(絶色)일 뿐만 아니라 초나라 임금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초나라 왕이 필요로 하는 언행(言行)을 하였다.

임금의 총애를 이 미녀가 독차지하니 많은 후궁(後宮)들은 다 무용지물(無用之物)이었다. 여러 후궁들이 임금의 총애를 회복해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후궁들은 다투어 그 미녀를 질투하고 헐뜯기 시작했다.

그러나 왕후 정수(鄭袖)는 태연하였다. 도리어 그 미녀를 친동생처럼 잘 대해 주고 불편한 것이 있기 전에 다 배려해 주었다. 오히려 초나라 왕보다도 더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그러자 그 미녀도 친언니처럼 왕후를 믿고 따랐다.

어느 날 왕후가 미녀와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다가,이런 말을 해 주었다. “대왕께서는 늘 동생을 너무나 마음에 들어 하시어 칭찬(稱讚)이 자자하다고. `아름답고 상냥하고 깜찍하고 우아하고 마음씨 곱고 부드럽고,마음을 잘 이해하고,말도 재미나고 재치 있게 잘하고`,……. 다만 한 가지는 좀 아쉬우신가 봐!”

“그 한 가지가 뭔 데요?”안달이 나서 못견디겠다는 듯이 미녀가 다그쳐 물었다. 그러자 왕비는 시치미를 떼며 “어떻게 그 걸 말할 수 있어. 그냥 넘어가지”.

“아니에요. 말씀해 주세요”.“ 그냥 못들은 것으로 하라고”.

“안 됩니다. 확실하게 듣지 않으면 저는 아무 일도 못해요. 잠도 못 잘 것 같아요. 꼭 말씀해 주세요”.

미녀가 간절히 말을 듣고자 하자, 왕비는 못이기는 듯이,“동생의 코가 커서 조금 눈에 그슬린다고 하시더군”. 그러자 미녀는 자기 코를 원망(怨望)하며 안달을 했다.

“괜찮아. 대왕을 만나뵈올 때 그 예쁜 손으로 코만 살짝 가리면 되지 뭐”.

그 뒤부터 미녀는 왕을 만날 때마다 손으로 코를 가렸다. 왕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뒤 왕은 왕비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왕비는 알고 있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역시 말은 하지 않았다. 왕이 다그치자 마지 못한 듯이 목소리를 죽이고서 말했다.“대왕의 몸에서 맡기 힘든 역겨운 냄새가 나서 그런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초나라 왕은 배신감(背信感)을 느끼며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괘씸한 것 같으니라고. 내가 그렇게 총애했는데,나를 그런 식으로 생각해. 그 못된 것을 당장 잡아와서 코를 베어 버려”. 코가 베어진 그 미녀는 총애를 잃고 궁궐에서 쫓겨났음은 물론이다. 정수는 화 한 번 내지 않고 친절로써 자기의 라이벌을 단번에 제거하고 총애를 회복했다.

세상에는,남이 베푸는 이유 없는 은혜를 계속 받다가 그 올가미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까닭 없이 베푸는 친절이나 물질적 지원은 반드시 저의(底意)가 있을 수 있으니,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 笑 : 웃을, 소. *. 裏 : 속, 리. *. 藏 : 감출, 장. *. 刀 : 칼, 도)

- 경남신문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og_In Rss Page List Page Write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