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금부도(眞金不鍍) - 고전속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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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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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금은 도금을 하지 않는다. 오늘날은 전 세계 사람들이 탤런트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곧 자기 위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자기의 행동이나 표정 옷차림 등에서 너무나도 남의 눈을 인식하고 있다. 수사적으로만 쓰이던 `뼈를 깎는 고통(苦痛)`을 감수하면서 성형수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세상 사람들이 외모(外貌)로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실력(實力)을 갖춘 사람보다는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더 좋은 대우(待遇)를 받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당(唐)나라 시인 이신(李紳)의 시에,“가짜 금은 진짜 금으로 도금을 해야하지만,진짜 금이라면 도금할 필요가 없다네(假金方用眞金鍍,若是眞金不鍍金)”라는 구절이 있다.
가짜 금은 진짜 금을 발라 도금(鍍金)을 할 필요가 있지만,진짜 금은 도금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나치게 외모를 꾸미거나 말만 번지르하게 하거나 과장된 표정을 짓거나 지나치게 몸짓을 하거나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내면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대체로 많다.
세상에는 진짜가 가짜에 밀리는 경우가 더 많다.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은 자기 광고를 차마 하지 못하지만 약간 사이비(似而非) 같은 사람은 대체로 자기 광고를 잘 하고 변신(變身)에 능하기 때문이다. 평가하는 사람의 눈을 현혹(眩惑)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漢)나라 원제(元帝) 때는,궁궐에 궁녀들이 워낙 많아 황제가 일일이 다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화가로 하여금 궁녀들의 얼굴을 그리게해 그 그림을 보고서 마음에 드는 궁녀를 골라 불러오게 했다. 그러자 궁녀들은 황제의 총애를 받을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기의 얼굴을 아름답게 그려 달라고 화가에게 다투어 뇌물(賂物)을 바쳤다. 그러자 화가는 얼굴이 못난 궁녀일지라도 자기에게 많은 뇌물을 주면,아름답게 그려 주고,아무리 아름다운 궁녀라도 자기에게 뇌물을 주지 않으면,못난 여인으로 그렸다.
그러나 유독 왕소군(王昭君)이라는 궁녀는 한 푼의 뇌물도 주지 않았다. 당연히 그의 얼굴은 아주 추하게 그려져 황제에게 바쳐졌고,황제는 한번도 그를 불러주지 않았다. 북쪽에서 중국을 괴롭혀 오던 흉노족(匈奴族)의 추장이 한나라 황제에게 자기의 아내로 삼을 미녀를 보내달라고 요구해 왔다. 황제는 궁녀들의 초상화를 이리저리 넘겨 보다가 제일 밉상으로 생긴 왕소군을 선택하여 흉노로 넘기기로 했다.
왕소군이 흉노로 떠나던 날,황제에게 하직인사를 하러 갔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궁녀 중에서 제일 못생겼다고 믿고 있었던 왕소군인데 자기가 지금까지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 총애(寵愛)했던 궁녀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웠다. 게다가 행동도 고상하면서도 아리땁고,말도 교양있게 하였다. 당장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호송해갈 흉노 사자가 기다리고 있는데,황제 체면에 어떻게 다른 궁녀로 바꾸겠는가? 왕소군을 보내고 나서 황제는 자기가 지금까지 화가들에게 농락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조사해 보니 과연 화가들은 궁녀들로부터 많은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화가들을 모조리 목을 베었다. 자신의 미모(美貌)를 믿고서 뇌물을 바치지 않았던 왕소군은 흉노족에게 강제로 시집가서 한나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거기서 한 많은 일생을 마쳤다.
내면이 충실(充實)한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야하겠다.
(*. 眞 : 참, 진. *. 金 : 금, 금. 쇠, 금. *. 鍍 : 도금할, 도)
- 경남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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